해마 기능의 4가지 핵심: 기억 저장이 가능한 이유

해마 기능의 4가지 핵심

“혹시 어제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시나요? 이런 기억 저장이 가능한건 뇌에서 가장 바쁜 일꾼, 해마 기능이 잘 작동한 덕분이랍니다.”

작년에 시아버지께서 자꾸 방금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시는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 모시고 갔었어요.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 선생님이 뇌 영상을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셨는데, 해마라는 부위를 가리키시면서 “여기가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곳인데,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면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까지 해마라는 게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그 작은 뇌 부위 하나가 우리 기억에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나니 정말 신기했어요.

오늘은 그렇게 알게 된 단어가 왜 ‘기억의 저장소’라 불리는지, 그 핵심 기능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관되는지 함께 알아보시죠.

 

해마의 위치와 기본 역할

 

해마의 위치

해마는 뇌의 대뇌변연계에 속하며, 측두엽(관자엽) 깊숙한 곳에 양쪽으로 한 쌍씩 위치해 있습니다. 모양이 바다에 사는 해마(sea horse)와 닮아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혹시 아시나요?  길이 약 5cm, 지름 약 1cm 정도로,  이 작은 조직안에서 우리의 온갖 기억들을 담당한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해마의 기본 역할

주요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억의 형성과 저장: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단기 기억으로 저장한 뒤, 중요한 정보를 대뇌피질로 전달하여 장기 기억으로 변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서술적 기억(장기기억) 처리: 특히 일화적 기억(개인 경험)과 의미적 기억(사실과 개념) 등 서술적 기억의 형성과 저장에 관여합니다.
  • 공간 인지와 내비게이션: 해마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공간 정보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감정 및 행동 조절: 해마는 시상하부의 기능 조절, 일부 감정 및 행동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여기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거나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등에서 해마가 위축되면 최근의 기억 장애가 나타나게 됩니다.

 

기억 부호화의 과정

기억이라는 건 그냥 머릿속에 ‘툭’ 하고 저장되는 게 아니에요. 마치 사진을 찍듯이 딱 한 번에 기록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는 꽤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우리 뇌는 어떤 정보를 기억으로 남겨요.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부호화(encoding)’라는 과정이에요.

이걸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거나 정보를 접하면, 해마가 그걸 단순히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건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야” 하고 의미를 붙여줘요. 그냥 숫자나 글자가 아니라, 맥락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과정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이 활발하게 오가면서 이루어지는데, 그 활동이 정말 정교해요. 특히 우리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큰 영향을 줘요. 집중을 못 했거나, 감정이 동하지 않았다면? 뇌는 “굳이 저장할 필요 없겠다” 하고 잊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요. 반대로 감정이 강하게 동했다면? 오랫동안, 아주 선명하게 기억에 남게 되죠.

단계설명
감각 입력시각, 청각 등으로 외부 자극 수용
초기 분석해마가 정보의 맥락과 감정 분석
의미 부여기억으로 저장할 가치 판단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우리가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 그 정보는 일단 ‘단기 기억’이라는 임시 저장소에 잠깐 머물게 돼요. 말하자면 머릿속의 메모장 같은 거죠. 근데 이 메모장이 꽤 작아서, 정보가 금방 사라지기도 해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정보는 해마를 통해 ‘장기 기억’이라는 더 튼튼한 저장소로 옮겨가야 하죠.

그런데! 이 전환이 저절로 일어나는 건 아니죠.

해마가 그 정보를 “오, 이건 기억해 둘 만하네!” 하고 판단할 만한 신호가 있어야 해요.

신호는 바로

  • 반복,
  • 감정,
  • 그리고 수면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정보를 단 한 번만 보고 지나쳤다면 금방 잊히지만, 여러 번 떠올리고 복습하면 해마가 더 단단하게 연결을 만들어요. 또 감정이 강하게 동반된 경험—예를 들면 생일파티처럼 기쁜 기억이나, 실수해서 창피했던 상황—은 더 오래 기억되죠. 마지막으로, 우리가 잠자는 동안 해마는 그날 들어온 정보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이건 중요한 정보구나’ 하고 장기 기억으로 옮기기도 해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 새로운 정보는 20~30초 내에 해마가 임시로 저장
  • 반복해서 떠올리면 그 연결이 점점 더 강해짐
  • 감정이 개입되면 ‘기억할 가치 있음’으로 분류
  • 그리고 수면 중에 진짜 오래가는 기억으로 자리 잡음

이런 흐름을 이해하면 우리가 공부를 할때  왜 반복 학습이 중요하고, 푹 자야 공부가 잘되는지 아시겠죠.

감정과 기억의 연결고리

 
감정 —— 밑줄 쫙!!!  이 기억은 중요한 기억이야!!!!

잊으려고 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당장이라도 이불킥하고 싶은 순간들… 여러분도 한 번쯤 경험해보셨죠? 도대체 왜 그런 기억은 그렇게 또렷하게 남아 있을까요?

그건 바로 기억에 ‘감정’이라는 색이 덧입혀져 있기 때문이에요. 단순한 정보는 금방 사라지지만, 감정이 실린 기억은 뇌가 특별히 더 강하게 저장하거든요.

예를 들어, 그냥 스쳐 지나간 간판 이름은 금세 잊히지만, 친구랑 깔깔 웃으며 나눴던 대화나 갑작스레 화났던 일은 오래도록 생생하게 떠오르죠. 이건 우연이 아니라, 해마와 그 옆에 있는 편도체가 찰떡같이 팀을 이루기 때문인데요.

편도체는 감정을 감지하는 뇌의 감정 센서예요. “이건 무서웠다”, “이건 정말 행복했다”는 신호를 해마에 실시간으로 전달하죠. 해마는 그 감정을 참고해서 “이 기억은 저장 우선순위 1위!”라고 판단해 더 단단히, 오래 저장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랑에 빠졌던 순간, 또는 너무 민망해서 두고두고 생각나는 장면들이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거랍니다. 감정은 기억의 형광펜 같은 존재랍니다. 중요한 장면에 굵게 밑줄을 긋듯이, 뇌 속에서도 그 기억을 눈에 띄게 표시해 두는 거죠.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뇌 구조 비교

기억은 해마 혼자서만 만드는 게 아니에요. 전전두엽, 시상, 편도체 등 여러 뇌 부위가 각자 역할을 나눠 협업합니다. 다음 표를 보면 어떤 부위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요.

뇌 부위주요 역할 및 특징기억 유형 관련성
해마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단기기억으로 저장, 이를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핵심적인 역할. 공간 기억과 사실사건(서술적) 기억 형성에 중요

단기기억→장기기억, 서술적 기억
대뇌피질뇌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 장기기억을 다양한 영역(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에 분산 저장. 각 영역은 의미, 언어, 공간, 시각 등 다양한 기억을 담당장기기억, 다양한 기억 유형
편도체감정과 관련된 기억(특히 공포, 기쁨 등)을 강화해 저장하는 역할. 감정적 기억, 서술적 기억(감정 강화)
시상/유두체측두엽과 연결되어 사실사건기억(서술적 기억) 형성에 관여. 해마에서 나온 정보를 시상 앞핵, 유두체로 전달서술적 기억, 기억 경로 연결

새줄무늬체(선조체)

습관 형성, 절차적 기억에 관여. 파킨슨병 등에서 손상 시 절차기억 장애 발생절차적 기억, 습관 기억

해마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

 

1. 규칙적인 운동이 답이에요.

하루 30분, 주 5회 정도 걷기나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해보세요. 해마의 부피가 커지고, 치매 같은 뇌 질환 위험도 줄어들어요.
근력 운동이나 스트레칭도 뇌 혈류를 좋게 만들어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치매 초기판정을 받은 시아버지께 의사 선생님은 운동을 젤 우선으로 중요하게 말씀해주셨답니다. 운동과 기억력의 관계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싶었지요.

2. 건강한 식사가 뇌를 살려요.

지중해식 식단을 추천해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을 5:2:3 정도로 맞추고, 잡곡, 채소, 해산물(특히 고등어, 꽁치!), 참기름이나 들기름 같은 불포화지방산도 충분히 챙겨 먹는 게 좋아요.
그리고 녹차, 견과류, 과일처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음식, 비타민 B12가 많은 식품도 함께 드세요.
반면 과도한 음주는 해마에 치명적이에요. 블랙아웃을 자주 겪는다면 해마 손상 위험이 높아지니 조심해야 해요.

3. 푹 자는 것도 치료예요.

하루 6~8시간, 깊은 잠을 자는 동안 해마는 뇌 속 노폐물을 정리해요.
불면증, 코골이,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치매 위험이 올라가니까 수면의 질을 꼭 챙기세요.

4. 머리를 꾸준히 써보세요.

메모하거나 책 읽고 글 쓰는 등 인지 자극 활동은 해마를 계속 깨어있게 만들어요. 저희 아버님께는 어르신들이 푸는 문제집같은 걸 추천해주시더라고요. 초성 맞추는 게임같은 퍼즐도 들어있어서 두뇌를 지속적으로 쓰게 하는 효과가 있답니다. 저희는 아버님과 스도쿠 숫자 맞추기 게임을 하거나 퍼즐을 사와서 함께 하고 있어요.

5. 스트레스를 그냥 넘기지 마세요

만성 스트레스는 해마의 신경세포를 약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해마는 회복이 가능해요.
명상, 산책, 호흡 조절, 마음챙김 같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꾸준히 관리해보세요.

6. 의외지만 중요한 구강 건강

치주염 같은 구강 질환은 생각보다 뇌 건강에 큰 영향을 줘요.
잇몸이 안 좋거나 치아를 많이 잃으면 인지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커진답니다.
빠진 치아는 꼭 치료하고, 매일 양치질 꼼꼼히 챙기세요.

이렇게 일상에서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마를 보호할 수 있어요. 결국 기억력도, 뇌 건강도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달려 있는 셈이죠. 오늘부터 하나씩 시작해보는 건 어때요?

자주하는 질문

Q해마가 손상되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요?

단기 기억 상실이나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Q해마 기능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저하되나요?

네, 노화와 함께 해마 기능과 부피가 점차 감소할 수 있습니다.

Q스트레스가 기억 저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만성 스트레스는 해마의 신경세포를 위축시키고 기억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Q해마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은 무엇인가요?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이며, 초기 증상에서 해마 기능 저하가 중요한 단서로 작용합니다.

Q해마 기능을 단련할 수 있는 활동이 있나요?

걷기, 퍼즐 풀기, 새로운 언어 학습 등이 해마 활성화에 도움을 줍니다.

Q술이나 약물은 기억에 영향을 줄까요?

과도한 음주와 특정 약물은 해마의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기억력 감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여겼던 ‘기억’이라는 능력, 그 중심에는 놀랍도록 섬세한 해마의 활동이 있었음을 오늘 함께 확인해보았습니다. 단순히 뇌의 한 부분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을 기록하고 감정을 연결하며 삶의 의미를 만들어주는 핵심 엔진이라는 사실, 다시 한 번 느껴지셨나요?

해마가 우리의 기억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핵심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는 그 해마를 어떻게 지켜내고, 더 활발하게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궁금증을 풀어드릴게요.
‘해마 기능을 높이는 6가지 뇌 습관’이라는 주제로,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 뇌의 일꾼 ‘해마’를 함께 지켜나가요. 다음 글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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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면 기억력 좋아지는 건 뇌 속의 해마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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